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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궁금해지는 사람

  • 작성자 사진: Editor G
    Editor G
  • 2021년 9월 12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9월 27일







“혹시 파인애플 좋아해요?”

“내가 파인애플을 좋아하는지가 왜 궁금하죠?”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으니까요”

- 중경삼림, 1994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는 약간의 변형을 주어, 호기심이야말로 사랑을 사랑답게 하는 특성이라 하겠다.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정의되어 있다. 내가 이것을 아주 조금 건드릴 수 있다면,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애정을 기반으로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고치고 싶다.

“오늘도 너를 사랑하고 말 거고, 내일도 네가 궁금해질 것 같아.” 나를 덜컥거리게 만든 단어나 문장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두근거린 일이 없다. 신선한 비유나 세련된 어휘가 쓰인 것은 아니었으나 꾸밈없이 애정을 전하는 이 깔끔한 문장이 그래서 나는 더욱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내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이라 답했다. 상대의 눈동자를 읽고 쉼표나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가 튀어오르는 순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던 사랑이 뚜렷해진다. 왜 하필 그 브랜드를 고집하는지, 그 책의 어떤 부분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는지, 노래를 들을 때는 멜로디와 가사 중 어디에 더 집중하는지, 길이 막히면 담을 넘을 것인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인지. 그런 시답잖고 투박한 질문과 답변들이 잔뜩 모여서는 단단하면서도 이상할 만큼 말랑한 무언가를 만든다. 애매하고 비어있던 것이 차곡차곡 채워질 때 사랑이 생기 있게 살아 움직임을 느낀다.

흔히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된다고들 한다. 한 마디 질문에도 몇 겹의 사랑을 감지하는 나에게는 퍽 섭섭한 표현이다. 천연한 질문들로 조립된 구체적인 마음. 오고 간 답변만큼 꿈틀대는 감각. 이게 사랑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을 아주 오랫동안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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