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결국 사랑
- Editor J

- 2022년 8월 29일
- 2분 분량
사랑이 부족한 사람은 사랑에 약하다.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원제: The End of the F***ing World)의 제임스, 앨리사, 보니가 그렇다.
넘치게 받아야 마땅한 사랑 대신 방치와 학대의 대상이 된 이들은 폭력과 범죄에 무디다. 사회가 규정하는 도덕적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되지 않는 폭언을 일삼거나 잔혹한 범죄를 계획하기도 한다. 하물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해, 극의 극단적인 전개에도 “okay,” “what?”과 같은 표현들로 본인을 억누르고 상황을 비꼰다.
나이 답지 않은 행동으로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지만, 이들의 내면은 냉소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미성숙한 아이 같다. 신발에 헌팅 나이프를 차고 다니는 제임스도 다친 개를 보고 울먹거리는 아이이고, 절도를 일삼는 앨리사도 아빠의 생일 카드를 기다리는 아이이고, 잔혹한 복수극을 꿈꾸는 보니도 선물 하나에 설레는 아이이다. 그렇다면 왜 이 취약한 아이들이 타인을 – 더 나아가 자신을 – 해하려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이다.
모든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궁극적인 결론은 언제나 사랑이다.
사랑이 부족했기에 도로로 나섰고, 사랑을 갈구했기에 맹목적으로 믿었고, 사랑을 몰랐기에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착각했다. 이렇게 부재하던 사랑에 대한 반항, 동경, 갈망은 사람을 흩트리고 굴복시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게 다시 감정을 불어넣고, 삶을 느끼게 하는 것 또한 사랑이다. 극 속 주인공들은 사람과 사람 간 사랑을 배우고, 조건없이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느끼고 나서야 긴 도주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게 함께 도망친 연인이든, 멍청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이든, 낯선 경찰관이든, 설령 아주 작은 크기일지라도 무언가를 전하고자 했기에 돌아갈 수 있던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과 함께 한다.
가족을 향한 사랑, 연인을 향한 사랑, 친구를 향한 사랑, 나를 향한 사랑. 모든 종류의 사랑이 우리를 이끌고 또 내몬다. 충분치 않던 사랑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고, 부족한 사람 1이 부족한 사람 2를 만나 서로를 채워나가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비로소 허물을 벗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순수하게 누군가를 위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될 때 세상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미는 것이 옳은지, 사랑을 어떻게 전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만, 결국 결론은 사랑이다.
이 빌어먹을 세상으로 내치는 것도 사랑, 끝내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사랑.
가끔 무책임한 동화 속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결론은 사랑.
결국 사랑.
The End of the F***ing World (빌어먹을 세상 따위, 201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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